|
동작뉴스에서 동작구한의사회와 함께 재미있게 전하는 한의학 이야기 [동작의 보감] 그 다섯 번째 시간으로 조선의 첨단의학을 전파해 일본의학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선에 등재된 '조선통신사'에 대한 이야기로 청솔한의원 원장인 함정식 한의사와 독자들이 만납니다.
|
|
“조선통신사(조선 시대에 일본으로 보낸 외교 사절단)는 인삼 재배 방법과 침술 등을 전파해 일본의학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무언가 배워야만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태도는 진지하다. 그것이 국가 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기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18세기 초 조선과 일본 산업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인삼의 인공재배’를 꼽을 수 있다. 지금의 첨단 AI 산업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인삼 재배는 17세기 인삼 수요 급증에 따른 무분별한 채취로 야생 인삼 채취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야생 인삼을 공물로 보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이 공납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인삼 종자를 인공적으로 심어두는 형태에서 인삼 재배기술이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도 산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술은 18세기 초에 정착되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조선에서 인삼을 인공 재배하는 일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일본 의사들은 이 비밀을 캐기 위해 조선통신사의 구성원으로 파견된 조선 의사들에게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조선 의사들은 인삼 재배에 대한 노하우를 일본 의사들에게 발설할 수 없었다. 조선통신사 파견 기간 동안 의례적으로 행해졌던 의학 문답 중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내고자 했던 일본 의사들과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일본 의사들은 많은 질문을 쏟아내며 도저히 풀 수 없던 결정적인 단서 몇 가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의학 문답에 참여한 조선 의사들은 인삼의 우수성만을 이야기할 뿐 깊은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삼에는 꽃이 없다는 거짓말까지도 한다.
▲ 조선통신사에 사행원 자격으로 참여한 양의(良醫)의 행렬을 그린 그림. 함정식 원장 제공
|
일본 의사들은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몇 년을 준비하고 기다린 상태이고, 조선 의사들은 그렇게 중무장한 사람들을 매일 같이 수십 명씩 상대하느라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기력이 다한 쪽에서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18세기에 조선과 일본 의사간의 치열한 의학 문답이 꾸준히 이어졌다. 의학 문답 자리에서 조선 의사는 일본 의사에게 인삼은 영물이기 때문에 절대로 재배할 수 없다고 대답하고서, 정작 인삼씨는 언제 채취하느냐는 함정 질문에 “《본초강목》에는 10월이라고 되어있지만, 초가을에 씨가 성숙되는 것을 봐서 채취해도 된다”고 기밀(?)을 누설해버린다. 이처럼 수백 명의 조선인이 몇 개월 동안 체류하면서(18세기 네 차례의 대규모 조선통신사 왕래가 있었음) 인삼 재배에 대한 기밀은 조금씩 새어나갔다.
일본의 인삼 재배는 1728년 닛꼬(日光) 지역에서 처음 성공했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재배 성공은 인삼재배 방법을 다룬 《조선인삼경작기》라는 저술이 발간된 이후이다. 이 책은 1747년에 처음 저술되었고 1764년에 증보되어 간행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노우 쟈꾸스이(稻生若水)라는 일본 의사와 저자인 사카노우에 노보루(坂上登)이다. 이들 역시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인삼에 관한 의학 문답에 참여해 인삼 재배 방법 등에 대해 조선 의사들에게 집요하게 묻던 인물들이다. 인삼 전반에 관해 가지고 있던 의문점을 조선 의사를 통해 알아내고 나서 이 책을 간행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조선통신사 파견에서 행해진 의학 문답은 당시 일본에서 가장 중히 여겼던 인삼에 관한 것을 전해준 통로였다.
일본 의학이 조선통신사를 통해 수혜를 입은 것이 어디 인삼뿐이겠는가? 조선통신사는 조선의 선진의학 기술인 침뜸ㆍ본초ㆍ방제 등을 전파하여 일본 의학 발전의 산파 역할을 했던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혹시, 조선통신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하시는 분이 있다면 포털사이트에 ‘한의학’ 혹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까지 검색어에 넣어 찾아 읽어보시길 권한다.
동작뉴스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