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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소환하는 1.3세대 이음 고리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장난이 아니야’ 장난감병원 오픈
기사입력  2020/12/11 [09:48] 최종편집    노정애 기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주민들이 수리를 맡긴 장난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접수 목록에 특징들을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된 장난감들은 어르신들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다. 이 어르신들이 바로 1.3세대 이음 고리가 되는 장난감병원 의사 선생님이다.

 

동작구 상도4동에 장난감병원이 지난 10월 문을 열고 한창 운영 중에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지역감염 확산으로 주민들과의 만남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장남감-스루(through)로 비대면 상황에서도 주민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의 ‘장난이 아니야’ 장난감 병원을 지난 2일 방문했다.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새로운 이웃을 만드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의 김영림 활동가(현재 조합의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나 ‘림’이라는 마을활동가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를 만나 동작구만의 특별한 장난감병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Q.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떤 곳인가? 

A. 많은 분들이 마을발전소는 어떤 곳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실제로 마을에서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다 하는데 대신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 마을발전소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여력이 되는 만큼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가 발전소가 되어 살고 있는 집에서, 마을에서, 골목에서 펼쳐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을발전소 활동가들은 활동하고 있다.

 

▲ 장난감병원 의사 선생님들, 지금은 코로나19로 최소 인원만이 교대로 장난감병원을 지키고 있다. 

 

Q. 장난감병원이 오픈했다. 이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A. 마을발전소가 마을 활동을 주력으로 하다가 지난 해 상도4동 도시재생지역에 오게 됐다. 상도4동은 서울시에서도 어르신 인구가 많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다보니 신혼부부들이 많고, 영유아가 많은 환경특징이 있다. 그런 가운데 마을발전소가 상4랑협동조합 조합원 자격으로 상도4동어울마당 2층에 위치한 포동포동 놀이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놀이터를 운영하다 보니 장난감들을 자주 보게 되고, 길에 버려지는 장난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장난감이 재활용이 될까요? 장난감 대부분은 플라스틱이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아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데다 색깔도 알록달록하고 부분별로 소재가 달라서 재활용이 어렵다. 이런 환경문제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들을 해봐야겠다고 해서 장난감병원을 소재로 떠올리게 됐다.

 

실제로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2019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 장난감을 고쳐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죽었던 뽀로로가 일어나 노래를 하고, 악어가 입을 쫙 벌리고... 이렇게 치료가 된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니 너무 좋아했다. 아이들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이지만 장난감에 생명을 느끼고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이들이 아끼는 장난감을 살리는 것이 환경도 살리는 길이고, 어르신일자리로도 연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서울시의 ‘시민실험실’ 공고를 만나게 되었다. 그야말로 저희에게 딱 맞는 사업이었다. 그래서 장난감병원 ‘장난이 아니야’라는 명칭으로 지난 10월 21일 장난감 병원을 개원하게 됐다. 

  

Q. 장난감병원 개원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A. 이론과 실습을 포함해 총 20강을 준비해 초반에 집중적으로 이론 교육을 하고 빠르게 실습으로 들어갔다. 장난감을 분해하고 정리수납 하는 것부터 전자기구, 천, 나무까지 다양한 소재마다 장난감의 수리 과정을 꼼꼼히 익혔다. 특히 아이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대화방법, 노인인권을 비롯한 생활 속 인권교육 등 다양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처음 7명의 어르신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총 15명의 장난감 의사가 탄생해 장난감 치료를 하고 있고, 지난 두 번의 토요일에 버리는 장난감으로 실습을 해 공유활동도 했다. 

 

Q. 마을발전소 장난감병원 ‘장난이 아니야’가 다른 장난감병원과 차별화 되어 있다고 하는데 

A. 인터넷 검색을 하면 여러 지역에 장난감병원이 있다. 우리 장난감병원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운영 핵심이다. 어떤 장난감병원처럼 빨리, 잘 고치는 것에 집중해 택배를 이용하지 않는다. 여기 계신 선생님들은 장난감 수리공이 아니라 장난감을 치료하면서 생명과 환경 즉 아이들과 지구를 살리는 치료를 하는 의사이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장난감병원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병원은 아이와 부모, 장난감 의사선생님들의 건강을 위해 비대면으로 접수를 받고 치료된 장난감을 찾아가는 장남감-스루(through)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포동포동놀이터 옆에 위치한 가치가게에서 신청하면 된다.

 

또한, 지역에서 다문화가정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엄마나라 또는 아빠나라의 장난감을 장난감병원에서 만나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지난 11월 21일에는 러시아, 태국, 일본의 장난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Q. 장난감병원을 개원하고 몇 분 정도가 이용을 했는가? 

A. 장난감 환자들의 수는 셀 수가 없고, 장난감 보호자들은 60여 명이 방문한 것 같다. 개원하는 날은 장난감 한 두 개 정도 가지고 오시고, 체험을 하시라고 했는데 보따리로 가지고 오셨다. 자전거까지 가지고 오셔서 지금은 치료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치료된 장난감 중 주인을 기다리는 장난감들은 저렴하게 판매해 그 수익으로 장난감 부품을 구입해 더 질 좋은 서비스로 운영하고, 필요로 하는 어린이 보육시설 등에 기부할 계획이다. 

 

▲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장난감병원은 쉼이 없습니다.  

 

Q. 가장 인상 깊거나 보람 있다고 느낀 점은? 

A. 향후 5년 안에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지만, 세대 분리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장난감 병원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어르신들이 이곳에 오는 일 자체를 좋아한다. 1시까지 모여 달라고 하면 12시부터 미리 오셔서 기다리고, 일과가 끝나면 귀가해 자녀들에게 본인이 장난감병원 ‘의사’라는 점을 즐겁게 많이 말씀하신다고 한다. 단순한 장난감 수리공이 아니라 의사로서 실제로 애정을 가지고 장난감 치료에 최선을 다하시고 있다. 지역 내 어르신들이 장난감 의사로 활동하면서 우울감을 극복하고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 것 같아 감사하다.

 

내가 아끼고 나의 마음을 나누었던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장난감을 통해 조금은 어린 시절의 마음을 기억해 내고, 어르신들은 장난감을 손으로 만지며 치매예방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보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동네에서 환경이든 공동체문제든 치료하려고 장난감병원을 개원한 것인데 실제로 우리의 활동을 응원해주기 위해서 25년 전 레지던트 시절에 입었던 의사 가운을 보내주신 진짜 의사 선생님도 계셔서 치유가 되었다. 또한 사업으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은 살균소독기다. 장난감환자들 뿐만 아니라 포동포동놀이터의 장난감들도, 활동가들의 휴대폰도 소독할 수 있게 되어 코로나19도 무섭지 않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장난감병원이 올해는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어 조금은 여유가 있었지만 지원이 없었던 그 이전부터 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예산 지원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장난감병원이 각 동별로 1개씩 생겨 어느 동네에서든 이렇게 장난감병원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배출되서 어르신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난감 의사 매뉴얼도 만들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이 장난감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단절되어 있던 사회적 관계 즉 아이들과 어르신이 만나는 1세대와 3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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