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칼럼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장마김치’를 아시나요?
누구에게나 주치의가 있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기사입력  2024/08/01 [09:00] 최종편집    정 훈 명보한의원장

동작뉴스에서 동작구한의사회와 함께 재미있게 전하는 한의학 이야기 [동작의 보감] 그 아홉 번째 시간으로 명보한의원(02-813-4642) 원장 정 훈 한의사는 '병이 커지기 전에 스스로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장마김치'와 '편작'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독자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가진다.

 

  ▲ 정 훈 한의사(feat. 창덕궁 후원 옥류천에서)


한의원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분들께서 방문하신다. 그리고 필자는 노량진에서만 10년 남짓 진료해 왔다.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는 환자분들과 사소한 이야기들을 자주 나누는 편이다. 사람은 평생 배우는 법. 올 장마 들어 처음 알게 된 말이 있다. 바로 ‘장마김치’다.

 

최근 들어 부쩍 김치를 담그느라 허리가 아프시다며 한의원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대화를 좋아하시는 70대 여자 환자분께서 운을 떼셨다.

 

“원장님은 왜 지금 김치를 하는지 알아요?” 

“왜 그런 걸까요?” 

“장마철에는 채소가 물러요. 그리고 모든 재료 값이 다 올라 버리거든요. 그래서 장마 오기 전에 미리 김치를 하는 거에요. 원장님은 몰랐죠?”

 

실제로 장마 때 오이김치, 열무김치, 알배기 배추 물김치 등을 담그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김장을 담그는 겨울철까지 가족들이 건강하게 영양을 섭취하도록 고민한 조상들의 지혜다.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에는 소면을 삶아 열무김치에 참기름을 두세 방울 또록 떨어뜨려 먹어야겠다며 침을 삼켰다. 배꼽시계가 꼬르륵 거리는 동시에 불현듯 옛 이야기가 떠올랐다.

 

중국의 명의 중 하나로 사람들은 춘추전국시대의 ‘편작(扁鵲)’을 꼽는다. 편작 삼형제는 모두 의사였다. 어느 날 황제는 그를 찾아가 그 형제들에 대해 물었다. 편작은 대답했다.

 

“첫째 형님은 닥쳐올 큰 병을 미리 알고 치료하기에 상의(上醫)요, 둘째 형님은 병의 초기에 치료하기에 중의(中醫)이며, 저는 병이 커져서야 겨우 알고 법석을 떨며 치료하니 하의(下醫)입니다”

 

편작의 두 형은 큰 병이 되기 전에 미리 치료했으므로 환자들은 그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반면 편작은 주로 큰 병을 치료했기에 환자들이 칭송하고 결국 그가 큰 명성을 얻었다는 일화다. 물론 편작이 겸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계절은 반복된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계절에 어떤 일들이 생길지 대략 예상한다. 땀이 많은 사람은 여름이 두렵고, 겨울에 바쁜 장사하는 사람은 겨울이 근심이다. 손발이 찬 사람은 가을부터 불안하고,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은 여름과 겨울을 모두 걱정하며 한숨 쉰다.

 

장마김치와 편작의 이야기. 두 이야기를 통해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짐작하시리라 생각한다. 모쪼록 병이 커지기 전에 스스로의 변화를 잘 관찰하셨으면 한다. 가족끼리 애정 어린 눈길로 서로의 변화를 잘 관찰하시기를 바란다. 그래도 궁금하거나 걱정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주변에 눈을 돌려 집 근처에 있는 한의원에 가보자. 당신을 오래 지켜봐 온 한의사는 생각보다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 그는 당신의 사소한 변화를 캐치해 낼지도 모른다. 안색, 모발 상태, 걸음걸이, 말투의 어눌함, 얼굴 근육 경련(떨림), 좌우 비대칭 등 경우에 따라선 매우 심각한 증후일 수도 있는 신체 이상 신호를 미리 감별해 낼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가 지척에 있다. 그들은 항상 준비되어 있고 상황에 따라 솔루션을 제공해 줄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회장님만 주치의가 있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주치의가 있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상의(上醫)는 환자가 만든다. 그리고 하의(下醫) 또한 환자가 만든다. 우리 사는 이 세상이 상의(上醫)가 많은 세상이길 바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병을 크게 키우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동작뉴스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동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